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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TCH/일상,단상

은행에서 본 영결식

by sketch 2009.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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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전 11시에 은행에 가게 되었습니다. 거리가 조금 애매해서 20여분을 걷게 되었습니다.

구글 수표를 매입하러 은행에 간 길이었습니다. 처음 간 은행이었습니다. 안내 직원에게 잠시만 의자에 앉아서 기다려 달라는 말을 듣고 의자에 앉았습니다.

마침 대기석 옆의 TV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 중계방송중이었습니다.

한승수 총리, 한명숙 전총리의 조사를 하는 중에 그 방송을 본 것입니다.

한명숙 전 총리의 조사가 시작될 때 쯤, 은행창구에서 저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나 직원의 착오였고 좀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 계속 TV를 보게 되었습니다.

은행에 있던 몇몇 직원들과 손님들은 가끔씩 고개를 돌려 TV를 바라보았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의 조사를 들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사랑하는 손녀들에게 말도 못한채 그렇게 힘겹게 고통의 시간을 보낸 그분의 마음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왜 사람은 그렇게 자신 주위의 사람들의 그 마음을 몰랐던 것일까요?

**
TV를 보는 중에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TV에서는 영결식이 중계되고 있지만 은행 직원들과 손님들과 평상시와 똑같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직원들의 상담하는 말소리, 손님의 질문, 그리고 그 가운데서 TV에서 흘러나오는 영결식의 조사.

조사가 마칠 때 쯤 은행 직원이 저를 불렀습니다. 이 수표가 예전에 사고가 난적이 있어서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은행방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습니다.

은행을 나오면서 마음 속에서 긴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 가운데서 누군가는 마음의 고통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잘 생활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누군가는 힘들어서 삶의 불꽃을 서서히 사그라뜨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개인개인이 너무나 팍팍한 세상에 살기 때문인지 알고서도 그것을 붙들어 줄 마음이 식어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합니다.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있다면, 그런 모습을 안타까워하고 같이 울어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있다면... 

이제는 다시 볼 수 없기에 더욱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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