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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TCH/일상,단상

나를 놀라게 한 어머니의 생각

by sketch 2010.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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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예전에 고추를 20근 주문하신 분이 있어서 확인하시는 전화였습니다. 이번에 비가 많이 오기도 하고, 탄저병이 번지기도 해서 고추농사가 흉작이라고 합니다. 고추를 땄어도 흐린 날씨 때문에 썩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농가에서는 대부분 건조기에 넣고 인공으로 고추를 말린 곳이 많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그래도 하우스 안에서, 옥상에서 자연적으로 말리시기는 하셨는데요, 그래도 썩은 것이 많다고 합니다. 미리 주문하셨던 분한테 고추 맞춰드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네요.
 

말리는 과정에서 고추가 썩기도 한다.


이번에 고추를 주문하신 지인은 작년에 쌀을 주문하셨던 분입니다. 올해 잊지 않고, 고추, 들깨, 쌀 등을 부탁하셨습니다 . 2주전에 주문하셨을 때 어머니는 한 근단 8,500원에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확보해놓은 고추 물량이 없어서  태양초를 많이 준비해놓은 이웃분에게 구입해서 보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배송지 확인을 하면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물어보니까 시세가 8000원으로 조금 내렸다고 하더라. 그 분한테 한근당 8000원이라고 해라."

이미 처음에 8500원이라고 말씀드리기도 했고, 또 어머니가 배송 준비하고 알아보고 이것저것 수고하시는 것을 생각하면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그래도 어머니가 알아보시고 배송준비해서 보내시고 하는데, 8,500원에 보내도 괜찮지 않아요?"

어머니는

"내가 8,000원에 구입해서 보내는 건데.. 어떻게 500원을 더 받아?. 택배비하고, 포장 비용이 조금 드니까 그것만 말씀드려."

이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놀라게 되었습니다.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들어간 수고에 대해서 이익이 남아야 하는 것인데, 어머니는 고추 20근 보내는 것에 관련해서는 아무런 욕심이 없으신 것 같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원래 8,500원에 이야기했으니까, 그냥 500원 차익을 남겨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굳이 어머니는 그렇게 하기를 원치 않으셨습니다.

어머니의 내적인 기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다보면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이익을 얻으려는 마음에 바둥바둥하는 모습이 종종 있습니다. 이번 전화 통화를 통해서 제 안에 그런 마음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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