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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관심

올해는 태양초 보기 어렵다.

by sketch 2011.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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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을 이용해서 시골집에 다녀왔다.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은 올해도 어김없이 고추농사를 지으셨다.

그런데 올해는 6월부터 계속해서 내린 비, 태풍 등으로 인해 고추농사가 완전히 흉작이 되었다고 한다.

계속 내리는 비에 고추가 채 익기도 전에 탄저병이 돌았다고 한다.

탄저병이 한 번 생기게 되면, 순식간에 고추밭 전체에 퍼지고 만다. 탄저병 약을 치더라도 계속해서 내리는 비, 그리고 기습 폭우에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태풍이 지나가면서 고추대는 모두 쓰러졌다고 한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가 퍼붓던 날, 부모님은 비를 맞으면서 쓰러진 고추대를 일으켜 세우고 묶어주는 일을 계속해야 했다.

전화로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조금 늦게나마 시간을 내서 시골에 방문했다.

밤 늦게 도착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날 아침 6시부터 고추 일을 도와드리게 되었다.

처음 한 일은 옥상에 널어놨던 고추를 대문 앞 길가에 널어놓는 것이었다.
비가 오지 않는 것 같아 길에다가 고추를 말리시는 것이었다. 고추가 골고루 마를 수 있도록 펼쳐주어야 한다.

 

 

 


이 일을 마친 후, 건조기에 넣을 준비를 했다. 이번에 비가 계속 오면서 결국은 구입을 하셨다고 한다.

날씨가 계속 흐리다보니 말리면서도 썩어나가는 고추가 10푸대 중 2푸대는 된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는 비싼 값이지만 외상으로 건조기를 들여놓게 되셨다고 한다.

건조기의 선반에 고추를 펼쳐서 넣는 작업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4명이서 1시간 30분 가량을 작업했던 같다.

고추 말리는 시간은 45시간 정도 말려야 한다. 열을 얼마나 가하냐에 따라 고추 색깔이 검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적당한 온도와 시간을 테스트하고 계셨다. 일단 한번 건조기를 작동시키면 2일동안은 꼬박 돌려야 하는 것이니 이것도 제법 수고가 들어간다. 

8시 아침식사 시간,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고추밭에 가서 고추를 딸 시간이다. 

밭에 도착하니 태풍이 지나간 흔적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태풍에 쓰러진 걸 세워서 묶어 놓다보니 가지런 하지 못해 번거로웠다. 고추 가지를 헤쳐가면서 고추를  따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고추가 여러개 달려 있는 가지가 '똑' 부러지기도 한다.

고추를 딸 때는 단지 익은 것 만 따는 것이 아니라 병이 걸린 고추도 따서 내버려야 한다고 한다.

올해 수확량은 작년에 비해 30~40%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거라고 한다.

올해 농사는 고추 팔아서 기계값 정도 낼 형편이라고 한다.

거액의 기계를 외상으로라도 들여놔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원래 고추는 그 동안 쭉 태양초를 고집해 오셨기 때문에 올해의 풍경은 조금은 씁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고추 따다가 발견한 쌍둥이 고추~


오전 동안 딴 7가마니. 건조기에는 이미 고추를 말리는 중이라 40시간 뒤에나 사용할 수 있다. 미리 따 놓은 고추는 집 근처 하우스 입구에 놓았다. 안 쪽에 말리고 있던 고추가 마르지 않아서 푸대에 담긴 고추를 풀어놓을 곳이 없었다. 



하우스 안에서 말리고 있는 고추. 말리는 과정에서 썩어버린 고추를 따로 골라내어야 한다.

태양초를 만들다 보면 이렇게 버리는 고추도 상당한 양이 된다.


점심 먹고 나서 잠시 마루에서 쉴 때 아버지의 말씀

" 어쩔 것이냐.. 하늘이 이런 상황이 된 건데.. 잘 될 때도 있고, 잘 안될 때도 있는 것인데..."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시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마냥 끄덕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오후 시간,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오후 5시경  전주 부근을 지나는데 차 앞에서 번개가 치면서 갑자기 폭우가 쏟아부었다. 시골집에 전화해보니 그곳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한다. 어쨋든 다행이었다.

하루가 지난 오늘.. 부모님과의 통화.. 비는 오지 않았지만 날씨가 흐려서 비닐 하우수 안에 말린 고추가 여전히 마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푸대에 들어있는 고추를 놓을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다고 하신다. 딜레마다..

예전 대전에서 만난 한 지인과 고추농사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 올해는 태양초가 없을 거에요." 

이번에 시골집에 다녀오면서 그 말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 동안 태양초만을 만드셨던 부모님도 결국 건조기를 들여놓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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