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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TCH/일상,단상

학교의 교장실에는 무엇이 있는가?

by sketch 2011.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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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근무하던 시절, 각종 결제 등의 업무로 중대장실을 매일같이 드나들었다. 총 4명의 중대장을 만나면서 다양한 스타일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새로운 중대장이 오고 나서 몇일 뒤 내무실에서 같이 생활하는 영내하사가 이런 말을 했다.

“중대장의 책상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 줄 아는 것 같다.”

중대장과 면담하면서 책상을 유심히 보았나 보다. 그 뒤로는 나도 가끔씩 그 사람의 책상에 무엇이 있는 지를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학교 현장을 다니면서도 그런 습관이 나도 모르게 나오게 된다. 교장실의 모습을 보게 되면 나를 신나게 하는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걸 통해서 각 교장선생님들마다 독특한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학교를 총 책임을 맡고 있는 분의 생각 속에는 어떤 것을 중요시 하는가? 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한 교장선생님의 책상에는 ‘스승 된 자의 마음가짐’에 대한 글이 놓여있다.

대전의 H고 교장실 탁자 유리 밑에 놓여진 글.. 그 학교의 교사나 다른 학생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니.. 최소한 한번 방문했던 나에게는 1년이 지나도록 인상깊은 글이다.

선생님들과 대화를 하다가 “이 글 한번 읽어보세요.” 라고 권한다고 한다.

“큰 소리로 남을 불쾌하게 만들지 아니하고 온화하여 평안하게 만든다. 자기를 높이지 아니하고 밭을 갈아 살아가기를 즐기나니 넘치고 모자람이 스승에게는 없도다.”
 
물론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그 글을 읽은 교사의 몫일 것이다. 교장선생님은 씨앗을 뿌린 것 뿐이다.

그러나 그 글을 인쇄해 책상에 놓은 교장의 마음에는 이 글을 읽는 교사들의 마음에 스승의 덕목이 자리잡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과 의지가 있기에 학교장으로서 교사들을 독려하고 교육에 힘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교장선생님 본인 자신도 초심을 잃어버릴 때가 많을 것이다. 마치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 '이도'의 모습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때, 초심을 잃어버릴 때, 어떤 상황과 환경으로 인해 자신을 잃어버렸을 때의 이런 글은 자신의 모습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물어본다. 앞으로 만나게 될 학교의 지도자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당신의 책상 위에는 무엇이 있는가? 당신이 있는 곳에 당신의 초심을 회복하도록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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