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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TCH/일상,단상

아버지의 일기장이 생각나는 하루.

by sketch 2008.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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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아버지가 수술하실 때 처음으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해방되었을 때, 6.25 전쟁, 결혼, 도시생활.. 그리고 지금까지의 이야기

밤 9시 30분 부터 새벽 2시까지 이어졌던 아버지의 병상에서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르는 하루입니다.
그 때 참 놀랐던 것은 '너에게 이런 이야기는 처음 해본다.' 는 아버지의 말씀이었습니다.
마음 가운데'왜 이런 이야기를 처음 해보셨나요?' 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저희 형제는 5남매입니다. 지금은 2년 전에 작은 형이 결혼함으로 저만 빼고 모두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 상태입니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이끌고 처음 대전으로 와서 20년 동안으로 자녀를 교육시키기 위해서 여러가지 일을 하셨습니다. 과일장사, 연탄배달, 쌀 상회, 건축일 등 수없이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5남매를 교육시키기 위해서 아침 일찍 나가서 밤 늦게 들어오기까지 일하시면서 마음 가운데 하고 싶으셨던 많은 이야기들을 마음 속에만 담고 있으셨던 것입니다. 너무나 일이 고되셔서. 아니 그런 이야기를 의미있게 받아드리기에는 저 자신이 너무 어렸기 때문에 그러셨을 것입니다.  

병상에서의 대화 중 한가지 놀랐던 것은 일 하시면서 추락사고가 몇 번 있으셧다는 것입니다. 한번은 다행히 화단에 모래 더미 위로 떨어지셔서 다친 곳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한번은 몸에 찼던 안전띠가 포크레인 끝에 걸려서 목숨을 건지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번은 화재로 인한 폭발 사고로 인해 안전모 끈이 떨어져 나갈 정도의 큰 충격을 받고 정신을 잃으셨던 적도 있으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진단은 기적적으로 통원치료만 할 정도의 가벼운 타박상만 잆으셨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동안 몰랐던 이야기들을 아버지는 풀어놓으셨습니다.

밤 늦은 시간 수술한 당일이었음에도 4시간 동안 힘있게, 즐겁게 이야기를 풀어가셨습니다.
그 때의 아버지의 눈빛을 잊을 수 가 없습니다.

평소에도 아버지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해왔었습니다.
담배도 하지 않으시고 술도 하지 않으셨고 항상 웃으시던 모습은 저에게 일종의 존경심을 갖게 했습니다.
그리고 병상에서 저에게 들려주셨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묵묵히 자녀들을 위해 헌신하셨던 그 사랑이 생각났습니다.  

퇴원을 하신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아버지는 몇권의 노트를 보여주셨습니다.
거기에는 아버지의 일기와 생각들을 담은 글들이 적혀있었습니다.

아버지가 가장 좋아했던 문구는
' 감사하오 나 선생, 도덕심만 가르쳐주오.' 라는 글이었습니다.

그 일기장에는 아버지의 어렸을 때 시골 고향의 이야기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들이 적혀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기록이 되고 있을 것입니다. 그 일기장을 보면서 언젠가 아버지의 일기장의 글을 책으로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벌써 2년이 지나갔고 이제 부모님은 시골에 계십니다. 지금도 그 일기장을 기록하고 계실까? 이제는 다시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시는데 어떤 생각을 하시고 어떤 이야기를 기록하고 계실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6월에 아버지의 생신인데 시골집에서 아버지의 일기장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시 듣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예전 수술 병상에서 다시 청년이 된 것 같은 모습으로 이야기 하셨던 때처럼,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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