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날 어느 날 밤 10시 30분 시간에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쇠톱으로 무엇인가를 자르는 듯한 소리였다. 예전에도 누군가가 철문을 절도했기에 마치 도둑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은 방에서 자고 있는 후배를 깨우고 밖으로 나갔다. 처음 생각했던 장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벌써 도망갔나?"
반대편 방향으로 생각이 향했다. 그곳에는 누군가 2명이 있었다. 후배들도 옷을 갖춰입고 달려나왔다. 밤이라 어두웠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위층 집 아주머니와 그 아들이었다. 무엇을 하고 있었나 했는데.. 김장 김치를 담는 중이었다. 밤시간이라 절인 김치를 뒤집는 중이었나 보다.
" 안녕하세요. "
아들은 나를 보면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이렇게 물었다.
"왜요?"
"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나왔어요. 김치 담그시나 봐요."
약간 어색한 상황이었다.
그 다음 날 저녁 식사 준비를 하기 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위층 아주머니였다. 대접에 겉저리와 배추 한 포기를 가져오셨다.
이웃으로부터 정말 오랜 간만에 받아보는 김장김치였다. 그 때 저녁식사와 아침식사에 그 김치는 정말 인기였다.
직접 손으로 김치를 찢어서 후배의 입에다 넣어주면서 뭔가 일종의 기쁨을 누렸다.
다음날 아침 빈그릇을 가져다 드리려고 하니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든다.
빈 그릇으로 돌려주기보다는 뭔가 담아서 드리고 싶었다.
예전에 사 놓은 감자가 생각났다. 바로 냄비에 감자를 올려놓고 찌기 시작했다.
빈 접시에 따끈따끈 한 감자를 담아서 집을 나설 때 아주머니 댁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어제 김치 너무 감사합니다. "
아주머니는 그릇에 담긴 감자를 보고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유~~ 빈 그릇으로 갖다줘도 되는데.."
"김치가 너무 맛있었어요. 감사합니다. "
그렇게 인사드리고 나서 집을 나서게 되었다.
연립주택에 살다 보니 바로 옆집인데도 누가 사는지 모르는 세상이 된 것을 느낀다.
복도에서 마주칠 때 모른 척 하고 지나치는 것도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고 있다.
김장김치를 받아 본 적이 얼마나 오랜만인가?
아무리 세상이 어렵고 각박하다고 하지만 한 곳에서는 이런 작은 온정의 손길이 남아있다.
그런 온정을 받은 나는 어쩌면 행운아인가? 미처 몰랐던 사실.. 주위에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