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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TCH/일상,단상

장마가 시작되면서 배운 것..

by sketch 2007.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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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제법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화장실 하수도관 쪽에서 물이 넘치기 시작했습니다.
집이 반 지하이지만 크게 불편함 없이 생활하고 있었는데 이런 심한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많은 비가 내린 상황인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물이 역류를 했습니다.
급하게 물을 퍼내고. 원인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1년 전에 건물 전체 하수조를 청소했는데...1년 만에 다시 막힐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하수조가 2군데가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뚜껑의 재질이 철판이었고 녹이 슬어서 거의 부식 되어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로 나무합판을 덮어놨는데 그마저도 썩어서 하수구 쪽으로 부스러기들이 잔뜩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
결국 이 때문에 하수구가 막히게 되었습니다...밤이라 더 이상 진척시키지는 못했지만..
일단 원인을 찾았으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작년에 청소를 할 때 이 하수조(?)를 청소하지 않았다는 게 이상했습니다. 건물 전체에 대해서 알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건물특성상 2층부터는 건물 하수가 막히고 있는지 어떤지를 모릅니다. 막혀도 자신의 층의 문제만 해결하면 그만입니다.

처음에 저의 화장실 하수도가 막힌 줄로 알고 열심히 새벽 1시까지 도구를 총동원해서 해결해 보려고 했습니다. 결국 문제는 개인 집의 문제가 아니라 연립주택 전체 하수도의 문제였습니다.

자신이 불편해보지 않으면, 아파보지 않으면 관심을 깊이 가지지 못하는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미처 생각지 못하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며칠 전부터 일시 막힘 현상에 대해서 관리자에게 이야기 하긴 했지만... 처리가 신속히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각자 가정이 있으시기 때문에 뭔가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막상 문제가 생기니까.. 이제는 발 벗고 나서서 직접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소극적인 자세에서 적극적으로 바뀐 것입니다.

원인을 찾고 나서..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면 여전히 하수도가 왜 막히는 지 알지 못하고 지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도 그런 영역들이 많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그런 일을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까.. 나는 그런 어려움을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물론 의도적으로 그런 생각을 할리는 없지만..

결론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입니다.
간접적으로 알더라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 그리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면... .

지금은 창밖의 빗소리가 유난히 신경이 쓰입니다.

*****
2번째...
다음날 아침 안 되겠다 싶어 같이 사는 후배와 함께 하수구 문제 해결에 나섰습니다.
밤새 하수구 주변 물건들을 건들어 놔서 아침에 1층을 찾아갔습니다. 계세요? 하고 문을 두드렸으나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던 3층 아저씨 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오전에도 비가 내렸는데.. 후배가 다리에 큰 비닐을 감고.. 하수조에 들어갔습니다. 그 안에는 진흙 같은 것이 30cm정도 쌓여 있었습니다. 부식물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오전에 3시간 동안
막힌 부분을 뚫었는데 한 1m 정도 막힌 부분을 빼내었는데도 물을 빠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오전에 못하고 약속이 있어서 오후 5시경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약 10m 가 되는 관이 전부가 막혀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보일러 배관.. 엑셀 파이프를 이용해서 뚫기로 했습니다. 알고지내던 후배 집에 가보니 마침 파이프가 있었습니다. 그 길이는 꼭 10m 정도 되었습니다.
파이프로 뚫기를 1시간여.. 마침내.. 파이프로 관을 관통하게 되었고 물이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안에는 찌꺼기들이 많이 있었습니나. 3층의 아저씨는 그 때도 함께 하시면서 여러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저녁 9시가 넘은 상황.. 그 아저씨는 식사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일을 함께 하고 계셨습니다. 확실하게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서 4개 정도의 큰 대야에 물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집 안의 화장실, 싱크대에도 물을 받았습니다. 신호에 맞춰.. 물을 부었습니다.
그러자 관 안의 찌꺼기들이 빠져나왔습니다. 주먹 2배만한 기름 찌꺼기 덩어리가 2개나 빠져나왔습니다. 마치 벽돌과 비슷해 보였습니다. .

환호와 함께 .. 그렇게 하수구가 뚫렸습니다. 예전에 업자가 와서 작업할 때 15만원 받았다고 하는데.. 처음에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이정도면 그 만한 가격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부터 밤 늦게 까지 식사도 잊으시면서 같이 작업해주신 아저씨께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아주머니도 일 하는 것을 쭉 지켜보면서.. 손수 고기를 마련해서 섬겨주셨습니다.

일을 다 마치고 알게 된 것인데..식용유, 기름, 같은 것을 바로 씽크대에 버리게 되면 그것이 딱딱하게 굳어져 관을 막히게 한다고 합니다. 기름류를 처리할 때는 꼭 휴지에 닦아서 따로 버려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이렇게 하수관이 뚫렸습니다.
일이 마치고 샤워를 하면서.. 이때 만큼 신나는 샤워는 없을 것이라고.. 혼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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