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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TCH/일상,단상

ESSAY - 어두운 산길을 걷다.

by sketch 2009.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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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에 식장산에 가게 되었습니다. 

운동 이후 계곡물에 발 담그러 간 것이었습니다. 저는 조금 늦게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한 사람은 얼마전에 전역한 후배와 6살 먹은 어린아이들과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산길을 오를 때는 이미 어두워져서 바로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휴대폰 조명을 비추면서 등산로를 따라 오를 수 있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무섭다.." 

제 손을 잡고 있는 아이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삼촌 옆에 있으니까 괜찮아."

오는 동안 차 안에서 그렇게 말을 안 듣던 아이들이 이 순간만큼은 손을 꽉 잡고 있고 저의 말을 잘 듣습니다.
그리고 손을 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들도 불러보고, 이야기도 걸어보고 하면서 그렇게 올라갔습니다. 그렇게 한 10분 도중에 내려 오는 일행이 있어서 아이들은 바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달빛도 비추지 않는 칠흙 같은 어둠 속의 산행.

저에게도 그런 일을 경험했던 적이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시절. 한 밤에 애타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산 속을 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도 달빛이 비취지 않는 칠흙같은 어둠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후레쉬나 어떤 것도 가지지 않고 산 속으로 향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그 산길을 자주 다니셨기에 낮에 걷는 것처럼 빠른 걸음으로 걸으셨습니다. 그 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버지의 손을 꽉 잡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눈에도 바로 발밑의 길도 보이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신기하게도 그 길을 정확하게 보고 계셨습니다.  

그 곳에서 서로의 얼굴도 확인할 수 없고, 어떤 대화도 나눠질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손으로 붙들고 있는 아버지의 손의 느낌이 전해질 뿐이었습니다.

** 칠흙같은 어두운 길, 그와 같은 상황이 닥쳐올 때면 15년 전의 그 상황을 떠올립니다. 그런 칠흙같은 어두움이 있을 지라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해봅니다. 비록 바로 옆에 보이게 느끼게 있지는 않아도 혼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으로 누군가가 나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간절한 마음 속에, 잘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그리고 말은 하지 않지만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의 눈을 통해서.

옆에 누군가 그런 암흙 같은 시기를 지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마음으로 붙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실제로 손을 붙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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