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녹음해 놓았던 음악을 플레이시켰습니다. 아이폰을 구입한 이후, 음악 플레이어로 아이튠즈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음악이 한곡 끝나고.. 몇 곡이 지난 다음,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를 스피커에서 울려나옵니다.

아버지의 음성이었습니다.

설날에 아버지께서 기록한 자서전을 함께 읽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예전에 시골로 가기 전에 틈틈히 노트에 기록하셨던 자서전을 새 노트에 옮겨적으셨습니다.

노트를 펴고 나서.. 새벽 2시 가까이 공책에 쓴 글을 읽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설명을 곁들이셨습니다.

첫장 부터 읽기 시작하신 것이 10쪽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 때 아이폰으로 녹음을 해 두었었는데 그 화일이 남아있었습니다. 


1950년대, 60년대의 가족의 이야기..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밤이 깊도록 이어진 아버지의  이야기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자서전이 저에게는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첫번째로는 아버지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로써 자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이해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아버지께서 직접 경험하신 삶에 대해서 자녀가 아무리 잘 이해한다 하더라도 거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아버지 자신의 자서전은 아버지를 가장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기록입니다.

두번째로는 아버지의 기쁨을 위해서입니다.
블로그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아버지 또한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원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밤 9시가 넘은 시점에서 시작된 아버지의 자서전 낭독은 새벽 2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즐거워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버지의 기쁨뿐 아니라 저의 기쁨이기도 합니다.  


세번째로 아버지 다음 세대의 가족에게 있어 굉장히 소중한 것입니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당장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어려운 상황들이 찾아왔을 때 한번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아버지의 필체, 그리고 음성 하나하나가 자녀들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가치가 있습니다.


짧지만 틈틈히 자신의 기록을 남겨놓은 아버지의 자서전. 노트에 한자 한자 기록하신 것을 읽으신 아버지. 그 기록에서 또 다른 영감을 얻게 되고, 아버지의 내면의 세계를 살펴보게 됩니다.

한 사람의 기록은 단 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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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2.cctoday.co.kr BlogIcon 꼬치 2010.03.16 15: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살이라도 더 젊으실때 구술을 받아놓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90이 넘어 돌아가신 시아버님 파일이 있는데
    돌아가시기 전이라 목소리도 그렇고
    듣고볼때마다 먹먹해져요.

    의미있는 작업을 하시는 모습이 좋습니다.

  2. Favicon of http://its-daejeon.tistory.com BlogIcon 폴펠릭스 2010.03.17 09: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감탄스럽네요~ 저도 우리 자식들에게 한 번 남겨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