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는 곳에 한 후배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후배는 작업을 아주 잘합니다.
예전에 하수도 막힘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작년 장마가 시작되기 직전에 건물의 하수관을 뚫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명절이 지나고 나서 다시 막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수관 일부에 기름 덩어리가 뭉쳐 있어서 일부분을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건물 전체 하수조에서 길 중앙의 하수도로 나가는 관이 시원하게 뚫리지 않아 조금 불안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오늘 오후 후배가 손을 걷어 붙이고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짜 내서 막힌 하수관을 뚫기로 했습니다.호수를 연결해서 넣어보기도 하고 하수관과 같은 크기의 파이프를 구해서 양동이로 한 꺼번에 물을 부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시원잖게 뚫리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 남은 방법 하나는 하수관 전용 장비 하나를 구해서 뚫어보는 것입니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손잡이로 돌려가면서 하수관을 뚫는 도구입니다. 5~6만원 한다고 합니다.)
2시간여를 밖에서 수고한 후배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을 마친 후 간식을 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 뭐 먹고 싶냐?"
"예?"
후배는 이상한 표정을 짓습니다.
" 간식 먹자. 지금 먹기 그러면 저녁에 먹을까?"
"좋죠.."
잠시 후
" 왠 일이에요. 형이 간식도 사고.. 두달여 동안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응!??"
이 말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두달 동안 간식을 사준 적이 없었다니.
후배와 같이 살면서 하다 못해 과자 한봉지에 우유라도 못 사줬다니.
저에 대해서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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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당연시 되는 영역들이 갈 수록 많아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요. 후배가 형이 간식 좀 안 사주나 하는 마음에 뭔가 관계를 맺는데 허전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 앞으로는 맛있는 거 많이 사줘야 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