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에 대해서 배웠던 대청호 하이킹.

아침 8시에 시작된 자전거 하이킹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동아리에서 98년 10월 마지막 주말에 가졌던 자전거 하이킹이었습니다. 새천 유원지에서 대청호수 가의 도로를 따라서 이동하는 하이킹은 구불구불한 길과 계속되는 오르막과 내리막길 가운데서 즐거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처음 해본 하이킹이기에 끝가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해서 자전거 페달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약한 체력을 갖고 있었기에 오후 4시 경 부터는 점점 일행 가운데서 뒤로 처지게 되었습니다.

가을 하늘에 석양이 질 무렵에 대청댐 입구로 들어가는 평지 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가장 마지막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야 했습니다. 한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 옆에 대학원 선배님이 함께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를 하이킹에 초대해주었던 선배입니다.

다른 돌아보아야 할 것이 많을 것 같았는데도 맨 뒷자리에서 저와 1시간 가량을 함께 해 주었습니다.

그 때 그분이 해 주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 혼자가면 굉장히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길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다시 힘이 나는 것 같아."

긴 코스를 달려와서 그런지 숨이 찼기에 말로 대답은 못했지만 선배님의 말을 들으면서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가을 석양을 맞으면서 대청댐으로 향했습니다.
목표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대청댐에서 저녁을 먹고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저는 약속이 있어서 도착하자 마자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선배님은 오토바이를 타고서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주셨습니다. 그리고 버스가 올 때까지 함께 해 주었습니다.

지난 주 대청댐에서 돌아올 때 그 선배님 차를 타고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선배님은 이제 결혼도 하고 예쁜 딸도 있습니다.

디카로 돌아오는 길의 은행나무들을 찰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학년 때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이 나타났습니다.

문득 1학년 때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 때도 이 선배님이 함께 해 주셨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같은 시기에 돌아가는 길에도 이 선배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기억나세요? 10년 전에 같이 자전거 타고 이 길 왔던거요?"
"기억나지~ 이햐! 벌써 10년이 지났네."




** 누군가 자신이 가는 길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때 다시금 삶에 힘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어찌보면 짧은 기간이지만 -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순간에 함께 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몰라줘도 계속해서 기다려주시고 함께 해주신 부모님, 장래에 대해서 어떻게 결정해야 할 지 모를 때 옆에 있어준 친구, 실패의 순간에 묵묵히 함께 눈밭을 걸었던 친구, 대청댐에서의 선배님, 어려운 순간에 늘 옆에서 도움을 손길로 격려해 준 형과 누나.. 그리고 그 외의 수 많은 순간들.. 

그런 동행이 있었기에 다른 누군가와도 동행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