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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TCH/일상,단상

버스에서 시청한 소에 관한 다큐멘터리

by sketch 2009.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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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다녀오면서 부모님께 들었던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소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송아지값이 예전에는 3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00만원 정도 한다고 합니다.
소를 3마리 키우는데 1년에 사료값으로만 100~140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소 한마리만 있었도 든든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대전으로 올라오는 버스 안의 모니터에 농촌 다큐멘터리가 상영되었습니다.

일하는 소에 관한 다큐였습니다. 코뚜레를 뚫고 멍에를 씌워서 밭을 가는 농민의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소에 대한 애정, 일을 하도록 가르치는 모습,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약해지는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한 해 농사 빚을 갚기 위해 정든 소를 데리고 우시장에 나온 장면이었습니다. 소를 안 팔겠다고 하시던 할아버지가 결국 소를 우시장에 내어 놓았습니다. 한 손님과 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150만원에 팔라는 손님이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팔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200만원은 받아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곧 주위 사람이 요즘 소값이 많이 떨어졌어요 라는 말을 건넵니다. 결국 할아버지는 소를 팔지 못하고 소 고삐를 쥐고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너도 참 가치없네. 차라리 잘 됐네. 집으로 돌아가자."
소를 데리고 돌아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에 마음 한편이 무거워집니다.
정든 소와 계속 함께 할 수 있다는 안도감 뒤에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졌습니다.

부모님께서 시골에 가셔서 소를 키우기 시작하시면서 큰 기대감을 갖고 계셨습니다. 암소를 사셨는데 지금까지 송아지 2마리를 낳았습니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그 기대감 가운데 작은 즐거움을 갖고 사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서 지금은 그 기대감이 많이 상실된 시기가 되었습니다. 소값이 너무나 큰 폭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그런 기대감, 작은 즐거움 보다도 이제는 좀더 현실적이 되어야 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소를 키워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오래 키우면 키울수록 손해가 생기게 됩니다. 

고향에 방문하고 오면서 가족들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도 느꼈지만 부모님의 삶의 무게들도 함께 느끼고 오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해 농사지어서 번 돈은 그대로 다음 해 농사준비에 들어가게 됩니다. 한해 농사지어서 빚 안지면 다행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도시에 살면서 정신 똑바로 차려라. 힘든 세상이니까." 

버스에서 다큐멘터리가 마칠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저의 부모님의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힘겹게 농촌 생활을 해가시면서도 자녀들에 대한 생각에 늘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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