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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과정 가운데 특별하기도 하고 신기했던 일이 있어서 적어봅니다.
금요일에 하루종일 바쁘게 지내서 미처 현금을 준비하지 못했었습니다. 지갑속에는 천원 짜리 몇장만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전에 필요한 여러 준비들도 충분히 하지 못했습니다.
기차 출발시간에 쫓겨 출발시각 정시에 역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삶을 사는 동안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서울역으로 오는 지하철 한 구간. 지하철 안에는 도움을 청하는 한 분이 있었습니다.
들어설때 이미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었기에 무슨 사연인지는 잘 몰랐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후 그분은 제 팔을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구하는 말을 하셨습니다.
저는 지갑에 있는 천원짜리를 모두 주었습니다. 정말 조그만 액수였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한 후배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집에 갈 차비가 없다면서 돈을 빌려달라고 했답니다. 지갑도 휴대폰도 분실해서 집에 갈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꼭 갚겠다고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해서 학생으로서는 상당한 금액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연락도 없고 그래서 자신이 속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번 듣게 되고, 실제 저도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어서 이렇게 도움을 주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도 들곤 했습니다.
그런 이야기, 그런 일들이 조건을 따지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순수한 그런 마음들도 식어지게 만드는 것을 봅니다.
서울역..
기차가 출발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20분 일찍 출발하는 기차표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30여분이 남았습니다. 갖고 갔던 책을 펼쳤습니다. 폰더씨의 실천하는 하루. 책에서 제안한대로 형광펜을 꺼내서 인상깊은 부분들에 대해서 줄을 그으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한 분이 저의 옆에 앉았습니다.
"무슨 책 읽어요?"
"예?.. 아~~ 폰더씨의 실천하는 하루라는 책이요."
저에게 말을 거신 분은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저에게 "신앙생활해요?" 라고 물으셨습니다. "예."
"복음 전해주려왔지. 날마다 승리하는 삶 살아가세요."
이 말과 함께 어깨를 두드려 주시고 한 쪽으로 걸음을 옮기셨습니다.
'아~ 교회 다니시는 분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복음을 전해주러 오셨다니?' 그리고 날마다 승리하는 삶을 살라는 말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어떤 분인지 알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이 가신 방향으로 가 보았지만 그분을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대전으로 오는 무궁화호 안
기차 안에서는 창쪽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하루 있었던 생각들을 잠깐 기록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한 아주머니가 서 있으신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 있는 모습이 왠지 마음에 걸렸습니다. 허리도 아프신 것 같았습니다.
그 분에게 "어디까지 가세요?, 괜찮으시면 여기 앉으세요." 라고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의 마음에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로 그렇게 말할 수 가 없었습니다. 머뭇거리고 있을 때 그 분은 옆 좌석에 앉아있는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들을려고 들은 것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그분의 이야기가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그분은 농사를 지으시는 분이라고 합니다. 자녀를 키우면서 느꼈던 생각, 아픔, 상처 등에 대해서 나누셨습니다. 돈이 없어도 돈 없다는 말 안하고 자녀가 부탁하면 빚내서, 땅 팔아서 자녀의 학업을 지원해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녀는 그런 부모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그 분은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그래도 하나님 믿어서 그런 마음 위로받고 있어요."
이 말을 들으면서 저의 마음속에 씁슬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분에게 자리를 잠깐 양보하려고 했던 그 마음을 왜 외면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움을 주려고 했던 그 마음을 실천하지 못한것입니다.
그분은 천안에서 좌석에 앉게 되셨습니다.
전화통화를 하시면서 "지금은 자리에 앉아서 괜찮다." 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너무나 뚜렷하게 귀에 들어오는 음성이었습니다.
대전역
잠시 후 피곤함이 몰려와서 잠이 들게 되었습니다. 대전역에 가까워졌을 때쯤 잠이 깨게 되었습니다.
순간 지갑 속에 차비가 없다는 것을 그제야 다시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대전역사를 나서면서 어떻게 차비를 구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약속까지는 한 시간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걷기로 했습니다. 그날 하루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짧지만 낮선 사람과의 만남과 그 가운데 들었던 생각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걸어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차표를 바꿔서 20분 먼저 도착했으니까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걸은지 15분 후 제 옆으로 차 한대가 멈추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선배님이었습니다.
"어디 갔다 와요? 타요." 저에게도 경어를 쓰시는 분입니다. ^^ " 아~ 서울에 다녀오는 길이에요."
선배님은 반응을 보이면서 몇가지 궁금한 것을 물어보셨습니다. 선배님의 도움으로 약속장소까지 여유있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그 선배님을 만났다는 것. 신기한 일입니다. 차비가 없어도 차를 타고 약속장소까지 왔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
마치 하루 동안 만나기로 했던 사람들이 모두 정확하게 계획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간순간의 짧은 만남을 통해서 저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조건을 생각하는 모습, 그리고 뭔가 선한 마음이 드는 것을 바로 실천하지 못하는 모습,
혹시 오늘 만났던 사람들은 뭔가 특별한 존재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다른 세계의 사람일지도 모른 다는 그런 생각입니다. 저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았던 그런 하루였습니다.
갑자기 예전에 군에서 읽었던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를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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