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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TCH/일상,단상

점심식사 두번 한 이유

by sketch 2009.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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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축구를 같이 한 후배가 이런 부탁을 했습니다.

"형! 화요일에 점심 같이 먹을 수 있어요? 먼저 연락 주실래요?"

"오케이~~"

이렇게 말해놓고 정작 화요일 11시20분에 그 약속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행사 준비하는 것이 있어서 작업하다보니 그 약속을 잊게 된 것입니다.
작업을 같이했던 후배와 함께 먼저 식사를 해 버렸습니다.

게다가 작업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휴대폰 배터리도 충전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한 통화만 하면 그대로 OFF되어 버릴 참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칠 때 쯤 그 후배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 형 어디에요?"

이 문자를 받고 난 후 저의 반응은,

"아! 맞다." 였습니다.

"아~~~.. 이거 어떻게 하지?"

게다가 그 후배는 다른 후배도 함께 식사하기로 이야기 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약속을 깜빡했다니'

후배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후배는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한참 신호가 가도 전화를 받지 않아서 제 휴대폰 전원은 꺼지고 말았습니다. 제 휴대폰은 한번 OFF 되면 충전하기까지 절대로 다시 사용할 수 없는 기종입니다.

그래도 휴대폰 전원이 꺼질 것을 대비해서 같이 식사하던 후배 휴대폰에 번호를 메모해 놓았습니다. 친구 휴대폰으로 해도 전화가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문자를 보냈습니다.

"형이야. 형 휴대폰 전원이 꺼졌거든. 연락 부탁~"

결국 서로 연락이 되어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함께 식사하기로 한 후배가 도착했습니다.

마음 속으로 갈등이 되었습니다. 후배들만 밥 먹고 저만 안먹고 앉아있기가 어색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후배들이 이 식사 만남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었거든요. 결국 다시 한번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식당에 가서 양이 적어보이는 것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후배들은 밥을 두번 먹은 사실을 알지 못하겠죠. 먼저 식사한 식당에서 아주머니가 밥을 퍼 줄 때 " 밥 많이 주세요." 라고 말했던 것이 왜 그리 후회가 되던지요.^^;

후배들의 고민이나 어려움들 들어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헤어질 때
" 형 오늘 좋았어요." 라는 말을 들으면서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후 작업이 마치고 집에 와서 휴대폰 배터리를 교체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전화받지 못한거나 문자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자보다 저를 웃게 한 문자가 있었습니다. 식사를 같이 한 후배에게서 온 문자입니다.



" 형 저 법대 앞에 있을께요. 배터리가 다 떨어져가요;;"

같은 시간대에 후배도 배터리가 떨어졌던 것입니다. ^^; 거의 10초 이내의 시간 동안 일어나야 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오늘 후배와의 만남은 무산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령 제 휴대폰이 전원이 나가기 전에 후배의 번호를 메모해 놓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점심을 두번 먹은 탓에 오후 동안에는 조금 부자연스러움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 덧) 항상 그런 건 아니에요. 오늘만 특별히 그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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