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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꿈속처럼..
친구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는 중이었습니다. 벤치 앞에는 자전거를 세워두었습니다.
한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멀리서 어떤 할머니가 옆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쉼을 갖습니다. 5분 정도 지나더니 제가 앉아있는 벤치 앞으로 지나가시는 것이었습니다. 세워둔 자전거가 지나가시는데 방해가 될까봐 자전거를 한쪽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옮길 때 갑자기 할머니께서 저를 바라보십니다. 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할 무렵.. 할머니께서 제 손목을 잡으십니다.
그러더니 뜻밖의 말씀을 하십니다.
" 38선 내려올 때 이북에 두고 온 손자 같어."
38선 내려올 때 손자가 있으셨으면 지금 나이가 한 100세 정도 되신 분 같습니다. 실제로 매우 연로하신 할머니였거든요.
" 손자 봤네.손자 봤어.."
이렇게 말씀하시는 할머니. 추석 때 보았던 이산가족 상봉에 관한 시사프로그램이 생각났습니다. 그 안타까운 사연들과 마음들이 생각났습니다.
할머니는 한 쪽으로 걸어가시다가 다시 뒤를 돌아보십니다. 손을 한 번 들어보이시고 계속 길을 가셨습니다.
함께 앉았던 유학생이 물어봅니다.
" 형 38선이 뭐에요?"
북한과 남한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더니 금방 이해를 합니다.
그 할머니께서 이북에 두고 온 손자.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그 손자로 인해 평생 얼마나 마음 고생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아직 이산가족 상봉을 하지 못한 분들의 안타까운 마음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 할머니를 만난 게 마치 꿈 속의 한 장면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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