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공군에 입대한 후배가 있습니다. 입대하기전 같이 축구도 하고 이야기도 자주 나누었던 후배입니다. 훈련소 마치고 첫 휴가때 만난 이후 5달 동안 연락이 끊기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 전화했었는데 통화가 안되고 편지도 없고 해서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제 저녁에 휴대폰에 043-0821-444***** 이라는 번호로 전화가 왔었는데 스팸인 것 같아서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또 같은 전화가 왔습니다. 약간의 의심이 있었지만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받자마자
" 형 저에요." 라는 음성이 들렸습니다.
저보고 형이라고 하니까 처음엔 '너가 누군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화하면서 군에 갔던 그 후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안그래도 집 거실에서 '얘는 자대 가서 한번 전화 통화가 없냐?' 라면서 혼자말을 했었는데 그 말이 마치자마자 전화통화가 된 것입니다.
그간 전화를 못 했던 이유가 연락처를 적어놓은 메모를 부대에 놓고 외박을 나와서 그 동안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병이라 전화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이제야 전화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괜찮아.. 다 용서돼..^^"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군대에서 있었던 일, 자대 생활, 제초작업 하는 일. 휴가 일정 등에 대해서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다보니 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다음 달에 휴가때 만나기로 이야기 하고 전화통화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꽤 지났다는 생각에 통화시간을 확인해보니 26분이 찍혀있었습니다.
'헉~ 26분...' 군인의 특성상 민간인인 제가 이야기하기 보다는 후배가 대화의 80% 정도를 차지했습니다. 들어주다 보니 26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입니다. 군에서 처음 전화통화했던 때가 기억났습니다. 5분이상 통화하기가 눈치가 보여서 짧게 짧게 통화하고 자주 공중전화 박스에서 줄서서 기다렸던 때가 있었습니다.
후배도 그런 심정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할 이야기가 많았겠죠. 군대에서 골키퍼 잘한다고 계속 키퍼를 하고 있답니다. 휴가 나와서 축구할 때 불러달라고 하는군요. 휴가 때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26분을 통화했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길게 한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