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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64

꽃 내음이 좋다. 길을 지나다가 오랜만에 진한 꽃 내음을 맡게 되었다. 한 건물 현관 양쪽에 마치 나팔 처럼 생긴 노란 꽃들이 있었다. 거기에서 진향 꽃향기가 났다. 꽃향기를 의식했던 게 얼마만일까? 언제부터 그 꽃향기를 잊고 있었는지 기억의 통로를 뒤집어본다. 2009. 9. 26.
버스 한 정거장 사이에 잠시 미소짓다. 버스 안. 이제 내릴 곳은 한 정거장이 남았습니다. 이번 정거장에서는 유독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탔습니다. 7살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가 먼저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 5명 정도 뒤에 그 아이의 할아버지가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버스 뒷 쪽에 먼저 자리를 잡은 아이가 할아버지를 부릅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아이의 의자 앞에 안전봉을 잡기 까지 말없이 걸어갑니다. 할아버지를 보며 아이가 말합니다. " 할아버지, 앉아야죠." "그래..그래.." 할아버지가 옆자리에 앉습니다. 그리고 손녀를 꼭 안아줍니다. 그 때 안경을 쓴 할아버지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 버스 한 정거장 사이에서 이 모습에 잠시 미소짓습니다. 2009. 9. 7.
시간에 상처를 입는다. 문득 주머니 속의 500원 짜리를 꺼내 봅니다. 500, 한국은행. 이라는 선명한 글씨 가운데, 있는 흠집이 눈에 띕니다. 나온 지 1년은 되었음직한 이 동전에 눈에 띄는 흠집만 하더라도 여러개가 있습니다. 곧 이 동전을 사용하게 되면, 또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또 부딪히고 그렇게 흠집이 생겨버립니다. ** 삶이란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상처나 그런 것을 받지 않으려고 해도 살아가면서 그런 상처를 받습니다. 동전의 표면처럼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요. 그래도 삶에서 그런 아픔들을 경험하고 이겨낸 사람들이 있기에 이제 막 이런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품어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받은 상처에 혼자서만 힘들어하기 보다, 자신도 어렵지만 다른 사람까지도 품어줄 수 있는 그.. 2009. 7. 27.
ESSAY - 어두운 산길을 걷다. 일요일 저녁에 식장산에 가게 되었습니다. 운동 이후 계곡물에 발 담그러 간 것이었습니다. 저는 조금 늦게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한 사람은 얼마전에 전역한 후배와 6살 먹은 어린아이들과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산길을 오를 때는 이미 어두워져서 바로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휴대폰 조명을 비추면서 등산로를 따라 오를 수 있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무섭다.." 제 손을 잡고 있는 아이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삼촌 옆에 있으니까 괜찮아." 오는 동안 차 안에서 그렇게 말을 안 듣던 아이들이 이 순간만큼은 손을 꽉 잡고 있고 저의 말을 잘 듣습니다. 그리고 손을 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들도 불러보고, 이야기도 걸어보고 하면서 그렇게 올라갔습니.. 2009.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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