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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TCH/일상,단상

'경청' 과 함께 한 귀경길

by sketch 2008.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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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광주로 가는 시외버스 뒷 좌석에 앉아 '경청' 이라는 책을 꺼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 데 한 사람의 삶 가운데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시작으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었습니다.

책의 내용에 점점 몰입해 가던 중.. 버스 안에서 한 분이 '말씀을 잠깐 나누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한 손에 성경을 들고 있던 그 분은 명절 때 자녀된 도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10분 정도의 시간이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은 처음이어서 잠시 책을 접고 그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도를 마친 그 분은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습니다. 뒤따라 내린 초등학생인듯 한 아이가 '아저씨 교회 다녀요?' 라는 질문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분이 목사님인지 일반 신앙인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의 이야기 중 '부모의 마음에 눈물이 나게 하는 사람은 그 자녀가 피눈물을 나게 한다.' 라는 이야기가 유난히 머리 속에 맴돌았습니다.

광주 터미널. 예상 보다 일찍 도착했기에 빠른 차편으로 교환을 하였습니다.
표를 바꾸자 마자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표 있든?"
"예. 바꿨어요. 좌석번호가 빠른 걸 보니까 아직 사람들이 많이 없나 보네요. 싸 주신 음식 잘 먹을께요."

어머니는 이번 명절에는 음식을 많이 만들지 않았지만 한 손 가득히 싸 주셨습니다.

대전으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주인공에게 닥친 삶의 위기 가운데서 가족들과의 갈등, 그리고 주인공의 변화되어지는 모습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지 못했던 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자녀를 위해 바이올린을 만드는 과정 가운데서의 만남과, 배움.

마지막 장에 주인공 이토벤의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주인공이 느낀 아버지의 마음.
'사랑하는 아들아. 미안했다. 나는 사실 어떠게 할 줄을 몰랐다. 그냥, 내 방식대로 널 사랑했고, 그 사랑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가만히 아버지의 손을 꽉 잡은 주인공.. 이 부분을 보면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각 사람에게 딱 맞는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사랑방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고향에 오가면서 겪은 몇가지 일이 떠올랐습니다.

터미널에 태워 주신 선배님. 그리고 김밥 두 줄..
터미널에서 혼자서라도 큰 집 시골에 가고 싶다는 그 학생,
할머니께서 손자에게 주었던 과자 한 봉지..
자녀들에 대해서만큼은 행복하고 즐겁게 해 주고 싶은 형님의 마음.
버스 정류장까지 가방을 들어 주겠다고 하신 아버지
시내 버스 안에서 말씀을 전하신 분.
..


이런 생각이 잠깐 떠오르면서 버스 안에서 책의 마지막 장을 읽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장에는 주인공의 변화로 인해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한 채 자신만의 생각만으로 가득차게 될 때 그것이 서로간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것, 그것은 쉽지는 않은 것이지만 그렇게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때.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게 될 때 그것이 결국 사랑의 기초가 되며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내가 그런 관심을 갖고 마음을 들어줄 사람은 누구인가?
이런 생각 가운데 다시 대전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다시 시작되는 삶의 현장 가운데서 상대의 마음을 듣는 연습을 시작하려 합니다.


경청 - 10점
조신영 외 지음/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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