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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quare 사람들 OFF-LINE STORY

첫눈이 올 때 들은 인생수업.

by sketch 2008.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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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녁시간에 첫눈이 왔습니다. 하는 일의 마감일이 내일이라 오늘 저녁 시간까지 거래처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충남대의 사진관이었습니다.


지난 달에 방문을 못했던 곳이기에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 인사를 했을 때, 사장님은 반가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나타내셨습니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요?"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사장님은 저에게 물었습니다.


"식사 하셨어요? 안 했으면 같이 해요... 잘 됐네. 안 그래도 혼자 먹어야 되나 했는데."

"예.^^;"

9시 30분 이제 매장을 닫을 시간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사진 장비들을 정리하는 사장님의 손길이 차분하게 움직였습니다.

매장 문을 닫고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갈매기살 고깃집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사장님이 과거에 있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으셨습니다.

사장님은 공부를 하시던 중 여러가지 어려운 일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 어려움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기존에 하던 공부를 그만두셔야 했고 경제적 필요를 채우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셔야 했습니다.

여러가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어려운 상황들이 사장님의 마음을 힘들게 했습니다. 계속해서 정체되어 있는 느낌을 받은 사장님은 국내여행을 계획하셨습니다. 다리가 조금 불편하시기 때문에 목발을 짚고 등에는 10kg이 넘는 배낭을 매고 성남에서부터 강원도 고성까지 걸어서 여행을 시작하셨습니다.

목발을 짚고 걸어선 간 긴 여행 가운데서 많은 것을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닥친 어려운 상황,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걸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걷기를 15일여를 하셨다고 합니다.

강원도를 지날 때는 터널을 4개를 지나셨다고 합니다. 터널을 지나면서 터널 안의 소음, 그리고 목발을 짚고 가느라 달리는 차와 부딪힐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등에서 식은 땀이 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한번은 터널을 지나고 한참을 걷다가 비가 내렸습니다. 아무데도 피할 곳이 없어 비를 맞으면서 그 길을 걸으셨습니다.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이상하게도 눈에서 눈물이 계속 흘렀습니다. 강원도를 지날 때는 밤의 불빛으로 마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원도의 국도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렸습니다. 한번은 정말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목표했던 지점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여행 가운데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세상에 좋은 사람이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차를 타고 지나치다가 다시 돌아와서 물병을 주고 가던 아저씨, 저녁 거처와 식사를 준비해 준 직업군인, 시골 마을에서 거처를 마련해 준 교회 목사님, 그 여행 기간 동안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런 여행이 참 기억에 남아요. 그 여행이 끝난 이후,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뒤로 어려울 때마다 그 때 일을 생각하곤 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동이 되었습니다.

사장님은 식사를 마치고 제가 사는 곳까지 차를 태워주셨습니다.
창밖에는 첫눈이 제법 많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첫 눈이 올 때 들은 사장님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사람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이길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요. 때로는 그런 여행이 한 사람의 마음을 바꿔놓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질문들, 풀리지 않는 문제들, 산처럼 보이는 그런 어려움들이 사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여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직접 그런 여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치 같은 곳에서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2008-2009 겨울 기간의 첫눈이 오는 날의 들은 이 이야기가 기억에 오래 간질 될 것 같습니다.


"저는 36살에 새롭게 웹디자인에 대해서 공부해서 지금 사진관 일을 하고 있거든요. 스케치씨는 젊으니까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물론 저는 40대 중반이지만 아직도 젊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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